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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04 더운날엔 시원한 묵밥을 먹어보아요.. 8
멜빵이간음식점2006. 8. 4. 22:50


찌든 듯한 더위에 병든 닭모냥 축쳐진 하루!!
더우면 먹는 것 조차도 귀찮고,
항상 저녁만 되면 찾아오는 나의 풍성하고 왕성한 식욕이
고개숙인 남성마냥 쑥 오그라들어버린 하루였다 ㅡㅡ;

저녁시간이 다가올 무렵..
그리고 그렇게 왕성한 식욕이 오그라들려고 만반의 태세가 갖춰져갈 무렵,
팀장님께서 오늘 묵밥먹으러 가자고 하신다.
묵밥...들어는 보았지만 아직 개척해보지 못한 미지의 음식이다.

서초역과 예술의 전당 중간 고개옆 골목에 있는 "성북동 묵밥"이라는 식당이다.

무엇을 먹을까? 날도 더우니까 오늘 첫 테이프는 시원한 묵밥으로 선택했다.
다른 맛나보이는 것도 많은데, 조금은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팀장님이 다른 요리를 주문했으면 하는 맘이 있었지만...
어째 내맘처럼 팀장님이 안따라 주셨다..
시원한 묵밥 두개시켰다.

반찬도 깔끔하게 나온다.
김치는 미리 담아놓았다가 갖다준것임을 느낄수있다..--;
시원한 얼음이 보숭이가 들어있는 동치미에, 무김치, 샐러드, 도토리묵, 어묵전등이 나왔다.

묵밥! 묵밥! 그것도 시원한 묵밥!
따뜻한 묵밥도 있지만..주위사람들을 보니 먹는 사람이 안보인다.
화려할줄 생각했던 묵밥!
생각과는 달리 소박했다.
시원한 얼음이 들어있는 국물에
도토리묵에 쑥깟, 오이, 깨소금, 적채, 김치 그리고 김..
딱 이것밖에 없다. 하지만 맛은 가히..

김을 걷어내고 속을 보자!
도토리묵 맛이 가히 예술이다.
일반 시중에서 파는 밀가루가 이따시만큼 들어간 도토리묵이 아니라...
100% 순 도토리로 만든 묵! 싸이의 도토리에 비할바가 못된다.
근데 주인 할아버지께 중국산인지 국산인지는 물어보질 못했다....ㅋㅋ

처음 먹어보는 묵밥이라 어떻게 먹는지 몰랐다.
그냥 공기밥이 나오고 묵이 들어있는 시원한 국이 나오길래...
그냥 국처럼 먹는지 알았다.

팀장님 曰 : 어이 류과장 묵밥 처음먹어봐? 원래 음식 깨작깨작 먹지않았잖아. 밥을 말아!

그렇다. 함께 나온 공기밥은 옵션이 아니었다.
국물에 묵을 말아먹는 것이었다.
아니 묵이 들어간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것이었다.

시원한(말그대로 시원하기도 하고 국물의 시원한 맛) 국물과
진하고 단백한 도토리묵과 밥과의 어우러지는 씹히는 맛에
쑥깟의 세콤함과 김치의 알싸한 신맛이 녹아드는 그맛이
1.4후퇴 이후 처음 느껴보는 일품의 맛이었다
더위에 지쳐 오그라지려했던 식욕이 곧추 세워지는 순간에 희열을 맘껏 느낄수 있었다..

주인 할아버지께 국물 맛을 어떻게 내는지 여쭤보았다.

"그냥 간단해...멸치 우려낸 국물에 16가지 말할수없는 재료로 만들었지..ㅡㅡ;"

정말 친절하게 국물 만드는 방법을 디테일하게 설명해주시는 할아버지께
정말 감동의 물결이 처얼썩 나의 대퇴구를 자극했다.

다음주에는 비빔묵밥과 도토리 바다 수제비를 공략하러 올려고한다.
사실 주문할때 팀장님께서 도토리 바다 수제비를 주문하셨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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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고무멜빵